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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라글로우 후기

Parannoul 2022. 9. 21. 11:40

https://paraglow.bandcamp.com/album/paraglow

 

Paraglow, by Parannoul & Asian Glow

4 track album

paraglow.bandcamp.com


아시안 글로우와 커버아트를 만들어주신 Ian Lim님 그리고 저와 아시안 글로우의 노래를 응원해주고 들어주는 모든 분들께 감사의 말을 드리고 싶습니다.
























원래 3집 나오기 전까지 다른 곡 만드는 건 피하려고 했는데, 요즘 작업에 손이 잘 안 가기도 하고 음태기가 와서 때마침 카톡이 오자마자 머리 좀 식힐 겸 제안을 수락했습니다. 질질 끌면 역효과가 날 수 있어서 최대한 일주일 안에 만드는 걸 목표로 삼았어요.
급작스럽게 만든 거라, 후에 스트리밍에 나올 버전은 조금 다를 수 있다는 점 양해 바랍니다...

손은 파란노을 3집에 넣으려다가 너무 이질적이라 뺀 걸 재활용한 트랙입니다.
스트링을 넣어서 Arcade Fire 느낌을 내려고 했어요.

흰자는 Number Girl과 Melt Banana를 생각하며 만든 트랙입니다.
1분 55초의 비명은 마음에 드셨나요? 저는 너무 애새끼 같다고 생각합니다...

늪은 앨범에서 제가 가장 좋아하는 트랙입니다.
손을 앨범에 넣기로 결심한 뒤 비슷한 느낌의 노래를 만들려고 피아노 뚱땅거리다 폐기한 아이디어를 아시안 글로우가 주워서 멋지게 만들어냈어요. 원래는 밴드+피아노 구성으로만 되어있었는데 왠지 허전한 느낌이 들어서 이것저것 추가하다 보니 비요크가 돼버렸네요...

운전대는 가장 우여곡절이 많았던 트랙입니다.
원래는 아시안 글로우가 만든 24초짜리 리프를 토대로 만든 Midori 느낌의 5분짜리 포스트락 곡이었는데, 어쩌다 '앨범에 10분 넘는 대곡이 있으면 멋지겠다'는 소리가 나와 예전에 킵해놨던 포펑 느낌의 곡을 중간에 삽입해 12분으로 늘리고 그걸 또 다듬어 결국 15분이 되었습니다. 중간에 Black Country, New Road식 재즈 파트가 나오는 버전도 있었는데 그건 너무 나간 것 같아서 패스...
곡이 갑작스럽게 끝나는 건 의도되었습니다. On the Might of Princes - For Meg의 영향을 받았습니다.

드럼 가상악기를 누구 걸로 하냐에 대해 많은 말이 오갔는데, 송라이팅이 4곡 다 유치하고 씹덕스러운 게 제 느낌이 너무 나서 드럼까지 제 걸 쓰면 파란노을 (feat. 아시안 글로우)가 될 것 같기에 아시안 글로우 걸 쓰기로 했습니다. 이건 지금도 올바른 선택인 것 같아요. 믹싱 하느라 밤새 고생한 경원이에게 고마우면서도 미안한 마음이 듭니다...

작업 끝나고 하룻밤 자서 오늘 다시 들어봤는데 전체적으로 프로그래밍된 드럼이나 믹싱 느낌이 제가 정말 좋아하는 밴드 The Brave Little Abacus의 Okumay를 닮았다고 생각합니다. 그들의 전 EP Demos? 가 엄청 시끄러웠던 것까지도 보면 저희랑 뭔가 비슷하네요...
시끄러운 음악을 하는 두 아티스트가 만나 기존 작업물들과는 비교적 깔끔한 결과물이 나와 실망하신 분들이 많겠지만, 좋게 듣지는 않더라도 재밌게 들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