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레믹 짧은후기
매우 재밌었습니다
만화 붓다를 보고 삘 받아서 20일 동안 후딱 만든 거라 깊이 생각 안 하고 들으셔도 되는데
간만에 끝이별 시절로 돌아간 것 같았어요
휴레믹은 Dif Juz라는 밴드의 노래 제목들에서 따왔습니다
조금 간지나 보였어요
The Durutti Column과 비슷한 80년대 밴드인데 포스트락 사운드가 조금 들려서 신기해했던 기억이 있네요
사실 처음부터 NTS에 올리는 라디오용 앨범으로 만들었어서 러닝타임이 딱 1시간이고 곡마다의 공백이 없는데
이게 좋게 작용했는지 나쁘게 작용했는지는 모르겠네요
제 뇌절을 자동으로 막아주는 리미터 역할을 해 주어서 저는 좋게 생각하려 합니다
트랙들은 원래 제목이 있었는데 마음에 안 들기도 하고 고민하기 귀찮아서 걍 파트로 때웠어요
예를 들어 트랙 5는 원래 제목이 Death of Devadatta였는데, 이건 간지나서 조금 후회하고 있습니다
곡들마다 다루는 사람들이 타타 - 비두다바 - 아사지 & 나라닷타 - 아자타샤트루 - 데바닷타 순으로 다른데
돌이켜보니 이건 걍 쌩까고 제가 하고 싶은 걸 모았습니다
첫 세 곡은 23년도인가 예전에 게르다 밴드 오프닝으로 연주했던 20분짜리 곡을 개조한 버전입니다
얼탄 관객들 앞에서 꽹과리를 열심히 치던 기억이 새록새록 나네요
그 중 트랙 3의 경우 현존 한국 최고의 밴드 우륵과 풍각쟁이들의 영향을 받았습니다
트랙 4를 제일 애먹었는데, 드럼 사운드 고치는데 10일은 걸린 거 같네요
제가 늘상 하는 짓이 어떤 음악이 왜 좋은지 나름 해석해서 제 음악에 발라놓는 식인데
전통음악이나 아방가르드 같은 건 아무래도 제 수준에 한계가 있다 보니
나름 조사했다고 해도 해석의 깊이의 차이가 발생합니다
전 좋다고 생각했는데 다른 이들이 보기엔 겉핥기 수준의 실험 이런 거...
제 취향이 그렇다 보니 제 음악이 뇌 빼고 듣기 좋은 음악 비슷하게 되네요
그러나 첫 술에 배부른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다음 앨범이 있다면 더 발전된 해석이 있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