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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eamDiary

싸우자귀신아

by Parannoul 2021. 10. 18.

그들은 자칭 수호신이었다
나는 여동생과 함께 낡은 아파트에서 살고 있다 (와르르맨션과 빌라를 합친 느낌, 집으로 들어가면 낡은 마룻바닥이 있고 현세의 할머니 집이 떠오름)
(근데 할머니 집보다는 거실이 더 컸다)
내가 아직 **동에서 살던 무렵, 집 앞에 그들은 기다리고 있었다

하나는 파란 머리의 긴생머리 여자, 하나는 연노랑색의 반곱슬 남자 (둘 다 코트를 입고 있었음)
사실 내게는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하는 비밀이 있는데, 우리 집에는 항상 귀신이 씌인다는 것이다 (왜 말하지 못하는지는 알지 못함)
내가 지나치고 집으로 들어가려고 할 때 여자가 내게 말한다, 너 최근에 잠을 자지 못하는 건 아니니

사실 이들은 내가 어릴 때 구상한 SF퇴마청춘러브코미디의 주요 등장인물인데, 여기에서도 카메오로 출연한 것 같다

(80년대 느와르/공포 영화를 보는 것처럼, 복도는 기분 나쁘게 어두웠고 불빛이 깜빡였다)

사실 맞는 말이었고, 구체적으로는 잠을 자려고 하면 어떤 처녀귀신틱한 여자가 방해를 하는 것이었다
그들은 수호신이자 퇴마사라고 자처했고, 자기들이 특정 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다고 했다
나는 왠지 모르게 안심이 되었다
또 하나의 말 못할 비밀은, 지금은 새벽이지만 아직 밝고 사람들은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 밖의 여러 미스터리를 파헤치기 위해 그들은 우리 집에서 살게 되었고 (청구비는 딱히 요구 안 함)
마치 만화책 12권은 될 분량 동안 수많은 사건사고를 퇴치하고 수많은 에피소드를 만들어냈다
그만큼 친밀감도 늘어났고 서로를 좀 더 이해할 수 있었다

어느 날 (마지막 날)
최근의 가장 큰 저주는 "" (까먹었다)
아직 날은 밝고, 그들은 내게 양파와 새우 과자를 사오라고 시켰다
어떤 종이를 은행에 건네주라 하면서 (지금 생각해보니 수표에 무언가 글씨가 적혀 있었던 것 같다)
은행원은 그것을 보자마자 험상궂은 표정을 짓더니 뭐라 트집을 잡으며 내 카드를 뺐어갔다
결국 카드는 돌려받지 못했고 나는 2100만 원의 벌금을 받았다
와라편의점에서 새우깡과 양파링을 사오고 집에 돌아왔다 (아직 날은 밝고, 사람들은 멈춰서 있다 혹은 가만히 서서 나를 보고 있었다)
그러는 동안 저주는 점점 심해졌다

('과자봉투더미를 들고 우리집을 바라보는 나'의 모습을 우리 집 베란다에서 보는 꿈에서의 3인칭 시점)

돌아올 동안 온 세상이 남색이었고 다른 사람들은 마치 필름을 멈춘 것 마냥 흐리게 번져서 구별하지 못했다
실제 **동의 길거리였지만 못보던 골목과 학원상가들이 추가되었다
거리에는 생기가 없었다. 세기말 디스토피아처럼

내가 집에 돌아오니 그들은 여동생과 함께 거실에서 파티를 거하게 벌이고 있었다
내가 기껏 치워놨던 거실을 어질럽혔다 시발
그러나 곧 나도 거기에 감회돼서 같이 놀게 되었고
술을 마시지도 않았는데 분위기에 취해있었다
그러는 동안 저주는 점점 심해졌다

파티 중 갑자기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고, 잠시 정적이 흘렀다
여동생은 이해하지 못했지만 나는 그때 무언가를 깨닫고 눈물을 흘렸었던 것 같다
잠시 동안 환상 속에 살고 있었다고, 비일상에 익숙해져 무뎌졌지만 결국엔 다시 떠오르게 되었다고
다시 혼자 있는 게 무서워, 남들과 함께 지내고 싶어, 이대로 머물러줘, 떠나지 마
그들이 이곳에 있으면 안 되는 존재라는 걸 알게 됐지만 나는 어느새 그들을 의지하고 있었다
어느새 그녀의 품 속에서 울고 있었다 (코트에 눈물 콧물이 묻었다, 죄송합니다)
그녀는 말없이 내 머리를 쓰다듬었고 그들 또한 어딘가 슬퍼보였다
잠시 떠날 시간이야, 언젠가 만날 수 있겠지
갑자기 졸음이 몰려왔고, 문이 열리는 순간 나는 그녀의 품에서 잠들었다

이 때 쯤 꿈에서 깨어났고, 처음 30초 동안은 정말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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