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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eamDiary

친밀한 적들

by Parannoul 2022. 1. 30.

그날 나는 초등학교 6학년으로 돌아갔다
내 몸도 그때로 돌아갔는지 아니면 그냥 추억에 잠기기 위해 학교로 놀러만 간 건지는 모른다
정신을 차렸을 때는 점심시간이었고 우리들은 급식실로 가기 위해 지하실로 내려가고 있었다
(중앙의 큰 나선형 계단을 통해)
급식은 예상 외로 엄청 화려하게 나왔는데, 내 기억으로는 스테이크도 있었던 것 같다
내 친구들이 있는 자리로 가서 밥을 먹던 중 뒤에서 급식에서 나온 아이스크림 빨리 먹기 대결을 하고 있었다

밥을 먹고 5교시가 되기 전 잠시 학교를 둘러보고 있었는데, 학교 뒤 정원에서 저 멀리 초6때 담임선생님이 뒷짐 지고 서있었다
뒷모습밖에 보이지는 않았으나 대머리때문에 눈치챘다
다가가서 말을 걸려고 했으나 오른쪽 건물로 사라지고 그곳을 봤을 때는 이미 없어진 후였다

뭔가 이상한데...

수업 때는 우연히 빈 자리가 있어서 앉았다 (3조 뒤에서 세 번째 자리)
다들 나를 반기는 분위기였다
그들을 볼 때 아무런 이상함도 느끼지 못했다
어째서 나만 미래의 기억을 가지고 있고 모두가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여기에 앉아있는 거지?
그들이 윗학년으로 올라가지 못한 이유는 코로나라고 내게 말했고, 어째서인지 나는 수긍했다

고등학교 대학교와는 다른 상쾌함과 추억 감에 기분이 좋았고, 다들 오랜만에 만나는 거라 번호를 교환하고 싶었다
특히 옆자리에 앉았던 여자아이 짝꿍에겐 왠지 모르게 호감스택이 쌓여 더더욱 그런 마음이 들었다
그렇게 5교시가 끝나고 쉬는시간에 복도에 나갔더니 벽에는 영화 포스터가 있었고 밑에는 앨범 트랙리스트가 나열되어 있었다 (Kid A)
기억 상으론 개구멍이 있었던 것 같다

마지막 6교시, 그렇게 하루가 끝나가던 중 선생님이 나를 지명해서 어느 소설의 작가를 말하라고 했다 (4글자였음)
처음 듣는 소설이어서 당연히 몰랐기에 답을 틀렸고, 선생님은 웃으며 내게 기회를 한 번 더 주었다
한 번 더 틀리자, 반의 모두가 나를 무표정으로 바라보고 분위기가 싸해졌다
그제야 나는 그 작가의 이름을 기억해냈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하려 했으나 하필이면 혀가 꼬여서 잘못 발음해 또 틀렸다

 

 

 

 

 


꾸짖을 갈!!!

 

 


선생님이 나를 향해 소리를 질렀고, 나는 이제야 눈치를 채기 시작했다


교실은 전보다 좁았고, 벽에는 뭔 유치원에나 있을법한 알파벳 장난감이나 낙서 같은 게 붙어있었다
심지어 층도 달랐고 (실제로는 3층에 있었지만 교실은 1층에 있었다)
무엇보다도 이 여선생님은 누구지?
나와 친한 척 했던 이 짝꿍은 누구고 왜 설렜던 거지?
반장은 현실에서도 있는 사람이지만, 고1때나 알게 된 사람이고 외모도 이제 보니 고1이라 해도 좋을 정도로 커 보인다.
왜 그는 자기가 아직도 6학년이라 믿는거지?
현실의 초등학교와 구조만 조금 비슷하고 가르치는 과목도 이상한 이 예술학교는 도대체 뭐지?
애초에 내가 이곳을 어떻게 왔는지도 모르고, 출구가 어디에 있는지도 몰랐다
(떠올려보면 점심시간 때 산책할 때 보면 원래 있어야 할 뒷문이 이곳에는 울타리로 막혀있었음)

그렇게 패닉 상태가 되어가던 중, 짝꿍이 귓속말로 번호는 언제 줄꺼냐고 내게 물어봤고
나는 무언의 소름을 느끼며 잠에서 조용히 깼다

 

 

 

무서운이야기:

내가 그들에게 번호를 주었다면 나는 어떻게 되었을까? 반장처럼 기억을 잃은 채 영원히 그곳에 갇히게 됐을까?

마지막 시점에서 꿈에서 깨지 못했다면 나는 학생들 모두에게서 달아날 수 있었을까?

교실에서 벗어난다고 해도, 그 '학교'에서 벗어날 수 있었을까?

정원에서 선생님의 뒷모습이 보이지 않았다면 과연 나는 이후에 위화감을 느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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