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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집 후기

by Parannoul 2023. 1. 28.

음악을 하는 데 있어서 심술은 은근히 중요한 요소입니다.

'아 이건 조금 더 꽉 찬 사운드였으면 좋았을 텐데'나 '한국에 이런 음악을 하는 사람이 왜 없을까' 같이 아쉬움에서 비롯된 심술, '아니 고작 글리치 깔딱깔딱댔는데 이렇게 고평가된다고?'나 '프리재즈는 원숭이도 마스터할 수 있는 장르' 같이 비공감에서 비롯된 심술 등등...

리스너에서 그친다면 그냥 갈 길 가고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계속 들으면 되지만, 창작자의 경우는 조금 다른 것 같습니다.

 

이번 앨범은 2집같이 제가 좋아하는 '아쉬움에서 비롯된 심술'만 몽땅 집어넣은 게 아닌, '비공감에서 비롯된 심술'도 많이 넣어봤습니다.

물론 2집에 대한 심술도요. 슈게이즈 노이즈락을 많이 들어서 그런지 2집은 이제 제 노래인데도 귀가 늙고 병들어서 손이 가지 않습니다...

 

그래서인지 생각이 많아져서 제작 기간이 2021년 6월~2023년 1월까지 1년 반 넘게 걸렸습니다.

 

앨범 초안, 지금은 2부작 컨셉 폐기

 

버린 곡들만 20개 넘는 것 같고, 심지어 1월까지 앨범에 넣을 트랙을 온전히 정하지도 못했고 앨범 발매 이틀 전에 곡 제목을 정했습니다. 뭐가 그리 급했는지... 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지만 왠지 이 앨범은 겨울에 내고 싶다는 심술이 들었어요.

 

앞서 2집에 대한 심술이 있었다고 했는데, 모종의 이유로 과민반응하는 사람들도 심술났고 과대평가하는 사람들도 심술났고 듣지도 않고 선입견을 가진 사람들도 심술났습니다. 그래서 이번엔 독기를 완전히 빼고 이모에 거리를 둬 논란을 원천봉쇄하되, 찢어지는 드럼 질감(내가 좋아함)과 나 자신에 대한 이야기는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습니다.

 

가사는 바보도 알아들을 수 있게 반 자조적으로 반 꿈 내용으로 썼습니다. 희망차졌다고 흑화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 같은데, 저는 오직 저를 위해 음악을 만들 뿐이고 또 전 음악에는 솔직한 편이라 거짓된 감정을 적을 순 없었어요. 물론 가사에 크게 비중을 두는 편이 아니라 그냥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주시기 바랍니다...

 

전작과 다르게 리얼 기타와 리얼 스트링 향을 첨가했습니다. 거의 전 트랙에 들어간 이아직님의 어쿠스틱&일렉기타와 Vampillia의 Rei님의 스트링이 없었으면 제작에 큰 애로사항을 겪었을 겁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안그래도 노래 못부르고 불호가 많은 제 보컬만 앨범에 남으면 분위기가 망할까봐 여자 보컬도 많이 넣었습니다. Della Zyr님과 은해님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그리고 7번트랙에 기타를 넣어준 Asian Glow, 트럼펫을 기깔나게 불어준 Fin Fior, 앨범커버를 완성시켜준 Sarah님께도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소소한 이벤트에 참여해준 전세계 사람들 또한 감사합니다. 다들 제 지나친 야망에 어울려주셔서 죄송하고 감사합니다.

그리고 다시 한 번, 쉽지 않은 제안을 받아들여주신 이아직님께 큰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만들면서 알게 모르게 영향을 받은 레시피같은 앨범들입니다. 나쁘게 말하면 여기 있는 앨범들을 다 들으면 제 3집은 들을 필요가 없다는 것...

제 개인적인 트랙 애정도는 8>9>10>1>3>7>6>5>2>4 입니다.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4집은 2집같이 좀 하드한 걸로 만들고 싶습니다.

 

+ LP제작 늦게된다고 탑셸프 욕하지 마시고 저를 욕하세요... 제가 음원을 발매 이틀 전에 줘서 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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