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Archive

인터뷰2 - 20210415

by Parannoul 2021. 4. 18.

청춘의 어둠과 빛에 대한 사운드트랙

www.sleep-like-a-pillow.com/parannoul-interview/

 

 

1. Parannoul에는 몇 명의 음악가가 참여합니까? 음악을 처음 들었을 때, 저는 솔로 프로젝트라고 생각했어요.

네, 저의 솔로 프로젝트입니다. 현실의 아무도 제가 무슨 음악을 만드는 지 몰라요. 만약 제 지인이 제 노래를 듣는다면, 쪽팔려서 자살할 겁니다.

 

 

2. 왜 밴드 이름은 '파란노을'로 지었고, 그게 무슨 의미를 지니는지 궁금합니다.

앨범 설명란에 적었던 '두 번째 뮤지션'의 가사 한 소절에서 따왔습니다. 별 뜻 없어요. 어감이 이뻐서... 누군지는 제 입으로 직접 말하지는 않을 건데, 금방 조사하면 알게 될 거에요. 그 분 덕분에 제 음악인생이 달라졌습니다, "릴리 슈슈의 모든 것" 영화를 보게 된 계기도 그분 덕분이에요.

 

 

3. 당신의 1집 "파란 고양이의 길을 따라"와 2집 "꿈의 다음을 보기 위해"는 아름다운 제목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 제목의 의미는 무엇이고, 컨셉을 알려주실 수 있나요?

나중에 다시 언급하긴 할 건데, 1집같은 경우는 '릴리 슈슈의 모든 것' 영화를 처음 본 그날 밤 꿈에 파란 고양이가 나타났어요. 검은색이었나? 어쨌든 만화에서나 나올 법한 숲 속 미로에서 고양이를 따라가는 듯한 기억이 남아있었어요. 누군가는 이 '파란 고양이'를 영화에서 나오는 등장인물에 대입을 했습니다. 지금보니 영화에도 파란 고양이가 나왔더라고요. 전혀 노린 건 아니었지만 그런 상상도 재밌을 것 같아요.

2집은 福島聡의 작품 '星屑ニーナ'에 언급된 대사 중 하나를 모티브로 따왔습니다. 아무런 감정이 없는 로봇이 자신의 주인과 함께 살아가면서 점점 인간다운 모습이 되어가는 과정이 인상깊었어요. 작중 로봇과 주인이 나눈 대화 중 하나입니다. "인간은 왜 잠을 잡니까?" "꿈의 다음을 보기 위해." 2집은 스무살동안 과거를 동경하며 꿈만 꾸었던 화자가 현실을 마주하게 되는 광경을 한 편의 앨범으로 표현한 겁니다. 만약 그가 다시 꿈을 꾸게 된다면 다음에는 무엇을 볼 지 궁금하네요.


4. 당신의 음악에는 다양한 슈게이즈와 이모의 영향이 있습니다. 어떤 밴드를 들어보았고, 어떤 영향을 받았나요?

Dating - Outminded, Bronbaba - World Wide Wonderful World, Ovlov - AM, Amusement Parks on Fire - Out of the Angeles, Akutagawa - Kimi to Boku
슈게이즈와 이모는 사실 그렇게 흔한 조합이 아니에요. 그래서 앨범 전체를 구상할 때 슈게이즈 또는 포스트-하드코어 밴드를 주로 들었어요.


5. 당신의 음악은 매우 창의적입니다. 예의 다른 슈게이즈(Nothing이나 Sumbotile)과는 매우 다릅니다. 어떤 음악가를 당신의 뿌리로 생각하시나요?
제 음악은 전혀 창의적이지 않습니다. 저는 제가 좋아하는 밴드들의 음악을 조합해서 새로운 음악을 만드는 척을 하고있는 겁니다. 예를 들자면 1집은 'Tierpark', 'Toe', 'Monocism' 등 여러 매쓰락 / 슈게이즈 / 포스트락 음악을 하는 밴드들을 합치면 어떻게 될까? 라는 생각으로 만들어진 거구요. 2집은 위에 답해드렸던 여러 슈게이즈/이모 밴드들과, 세상의 여러 1인 프로젝트 (Car Seat Headrest 초기작, Weatherday 등등)에 영감을 받았어요. 그 중에서도 Weatherday가 2집을 만들 때 가장 큰 뿌리가 된 것 같네요.


6. 1집보다는 2집에서 Emo적인 요소가 더 전면으로 나온 느낌입니다. 과격한 슈게이즈로 스타일을 바꾼 이유가 있나요?
'Emo'스러운 음악을 만들려고 한 게 아니라, 어쩌다 목소리에 감정이 실리다 보니 'Emo'가 된 거예요. 앨범을 만들기로 결정했을 때 제게는 개인적으로나 외적으로나 여러 힘든 일이 닥쳐왔고, 더는 아무것도 가지고 있지 않았던 제게는 음악으로만 그 감정을 해소할 수밖에 없었어요. 그래서 앨범이 전체적으로 과격합니다. 너무 불친절한 나머지 대부분의 사람들은 첫 노래가 끝나기도 전에 듣다 말 거예요. 그래도 이러한 행동들(대중성은 신경 안 쓰고 내가 원하는 대로 만들기)이 제게는 치유의 과정이 되었습니다.



7. 당신의 녹음 환경과 장비에 대해 묻고 싶습니다. 1집과 2집 녹음은 어떤 환경에서 이루어졌습니까? 또한, 사운드 메이크업에 있어서 어떤 종류의 장비와 설정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까?
저는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이 전세계의 수많은 사람들을 실망시킬 거라는 걸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솔직히 말할게요. 앨범에 들어있는 거의 모든 악기들은 vst입니다. 처음 밴드음악을 만들었을 때는 보컬을 사용하지 않는 포스트락을 중점으로 작곡했습니다. 그 때까지만 해도 저는 "드럼이나 베이스만 가상악기로 하고 나머지는 직접 연주해야지"라는 안일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어요. 그런데 어쩌다 한 번 기타를 가상악기로 써보았다가, 그게 생각보다 괜찮더라고요. 그렇게 계속 컴퓨터 한 대 만으로 작업을 해오다가, 고등학교 3학년이 되면서 취미로 기타를 배울 수 있는 시간이 지나가버렸습니다. 이 모든게 변명처럼 들리네요. 그래도 제 목표는 '아무 배경정보 없이 노래를 들었을 때 모든 것이 vst라는 것을 눈치채지 않게 하기'였어요. 속았다고 생각하신 분들에게는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그래도 최근에는 라이브를 할 수 있을 정도로 기타 실력이 늘었어요.

앨범을 만드는데 가장 문제가 되었던 것은 보컬이었어요. 저의 집에는 쓸만한 녹음기가 없었기에, 보컬 조각들을 일일히 갤럭시5 핸드폰에 녹음한다음 컴퓨터 DAW에 붙여넣기했어요. 그래서 제 목소리가 존나 구린거에요. 원래 구린 것도 있지만...


8. "꿈의 다음을 보기 위해"를 처음 들었을 때, 이와이 슌지의 "릴리 슈슈의 모든 것"의 대화를 샘플링했다는 소식을 듣고 놀랐습니다. 왜 샘플을 넣었는지가 궁금합니다.
'릴리 슈슈의 모든 것' 영화는 제 청소년기에서 성인으로 넘어오는 순간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습니다. 저는 영화 속의 주인공과는 달리 평범한 청소년기를 보냈습니다. 왕따를 당한 적도 없었고, 늘 주위에 누군가가 있어주었고, 학교생활에 문제가 될 만한 것이 없었어요. 그러나 너무 무난했다는 것도 문제였어요. 저는 그런 청춘을 너무 당연한 듯이 살아온 탓에, 정작 중요한 것들을 잃고 말았어요. 남들보다 음악에 재능이 있다고 스스로의 행동을 납득시키면서, 음악 작업에만 더욱 몰두하게 되었고, 점점 주변 사람들과 멀어져 갔어요. 결국 성인이 되자 제 주위에는 아무도 남지 않게 되었어요. 설상가상 고등학교 3년간 음악적으로도 아무 성취를 얻지 못했어요. 거의 아무도 제 음악을 듣지 않았습니다. 이 모든 건 남 때문이 아닌 순전히 제 잘못이라는 걸 스스로도 잘 알고 있었기에 더욱 고통스러웠어요.

그러한 나날 속 우연히 이 영화를 보게 되었고, 왜인지는 모르지만 제 인생 영화가 될 거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공감이 되었다기보다는, 등장인물 모두의 행동들이 이해가 되었어요. 보면서 구역질이 나왔지만 동시에 희열감을 느꼈습니다. 영화 자체는 너무나 불친절하고 어두웠기에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렸지만, 이런 영화일수록 싫어하는 사람은 엄청 싫어하고 좋아하는 사람은 엄청 좋아하겠죠. 제가 그랬던 것처럼요. 저도 언젠가 이 영화와 같은 음악을 만들고 싶었어요. 불친절하지만 청자들에게 생각할 거리를 주게 되는 창작물이요. 물론 완성도는 영화가 더욱 뛰어납니다. 제 음악은 그저 흉내만 낼뿐인 타다 만 쓰레기예요.

 

 

9. "릴리 슈슈의 모든 것" 샘플과 애니메이션의 한 장면같은 커버를 보고, 당신이 일본 문화의 팬이라고 짐작했습니다. 일본 문화 중에서 좋아하거나 가장 영향을 받은 면들을 알려주실 수 있나요?
저는 일본 특유의 '과장된' 감성을 싫어하지는 않습니다. 그렇다고 무척 좋아하는 것도 아니에요. 오히려 다른 씹덕들보다 애니나 만화를 자주 보는 편이 아닙니다. 최근에 나오는 창작물은 아예 보지도 않아요. 그러나 독자들에게 생각할 거리를 많이 주는 창작물은 좋아하는 편이에요. '카우보이 비밥', '에반게리온', 'Serial Experiments Lain', '핑퐁' 또는 '공각기동대' 등등...

 

10. 조금 전 질문과 연결지어, 일본의 음악 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합니까? 좋아하는 아티스트들이 있습니까?

최근에는 소위 '우울 락'이라 말하는 예전 일본 인디 음악을 듣고 있습니다. pegmap, blgtz, Syrup16g, BURGER NUDS, THE NOVEMBERS... 너무 감정이 과잉되거나 애니 오프닝같은 진행이 나오기도 하지만, 그것 또한 매력적이에요. Number Girl, Shinsei Kamattechan과 Midori도 제가 가장 좋아하는 밴드들입니다. 그리고, 다른 나라들보다 일본 음악 씬에서 유독 슈게이즈가 발달한 것도 흥미로워요. 나라 특유의 '감성' 때문일 지도 모르지만, 어쨌든 좋다고 생각합니다.

 


11. "꿈의 다음을 보기 위해"를 들으면서, 꼭 밝은 것만은 아닌, 빛과 어둠을 동시에 안고 있는 청춘의 빛 같은 분위기를 느꼈습니다. 마치 "릴리 슈슈의 모든 것" 같이요. 청춘과 청소년기에 대한 당신의 생각을 묻고 싶습니다.

청춘은 불완전합니다. 어릴 때는 아무도 자신이 청춘의 한가운데에 위치해있는 것도 모른 채 하루하루를 살아가요. 하지만 더 이상 자신의 나이를 청춘이라 부르지 못하게 될 때, 그때 비로소 청춘이 무엇인지 알게 되죠. 청소년기의 불안정한 심리 속에는, 아직 위안을 삼을 것이 남아있어요. "그래도 아직 젊으니까, 어른이 되면 알아서 바뀌겠지." 하지만 어른이 되어서도 바뀌지 않는 사람이 더 많습니다. 언제까지나 이렇게 살면 안 되는데, 자신이 처한 상황을 알면서도 아직 정신이 청소년과 동급이에요. 그런 사람들이 존재하지 않는 기억들을 회상하며 지나간 청춘을 그리워하는 거예요. 마치 '아날로그 센티멘탈리즘' 같이.

사실 청춘 때 우리는 그렇게 밝지만은 않았는데, 분명 빨리 어른이 되고 싶었던 때도 있었을 텐데. 나이가 들수록 과거는 미화되고, 이제는 잡을 수 없는 과거를 동경하거나 지금 그때에 있는 사람들을 혐오하기도 하죠. 그렇게 점점 모두 자연스럽게 청춘을 졸업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졸업한 뒤에도 계속 낭만과 청춘만을 고집하면, 그 사람은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게 되는 거예요. 'NHK에 어서오세요' 같은.



12. 최근 몇 년간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FOG, 두 장의 앨범을 발매한 비둘기우유, 당신과 같은 레이블의 Asian Glow 등 한국에는 훌륭한 인디 밴드들이 많이 있습니다. 한국의 인디 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한국 인디는 전세계적으로 저평가받았다고 생각하지만, 최근에는 재조명되는 밴드들이 많아서 기분이 좋네요. 사실 제 음악은 이렇게 뜰 만한 가치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저보다 더 좋은 아티스트 분들이 많아요. 잠비나이, 공중도둑, 아시안글로우, 조월, 선결, 로로스, 푸른새벽 등등... (사실 아시안글로우는 밴드 FOG의 보컬 분이십니다) 그래도, 저로 인해 한국 인디 시장이 활발해진다면 영광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제가 앨범 설명문에서 말한 '행동하는 찐따들'은 저로 인해 자극을 받은 사람들이 음악을 하길 바라는 거였어요.


13. 일본에 당신의 음악을 듣는 사람이 많다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차기작에 대한 계획을 알려 주실 수 있나요?
제 노래가 좋던 싫던, 들어주셔서 정말로 고맙습니다. 언젠가 라이브를 하게 되면 꼭 일본에서도 하고 싶습니다. 다음 앨범의 계획은 아직 없지만, 언젠가 내게 된다면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를 겁니다.

'Archive' 카테고리의 다른 글

첫 단독공연 후기  (12) 2023.01.15
3집 참여 이벤트  (5) 2022.11.10
파라글로우 후기  (2) 2022.09.21
인터뷰4 - 20210417  (7) 2021.05.02
인터뷰3 - 20210408  (2) 2021.05.02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