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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한 자기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남에게 함부로 들려주기 어려운 음악을 하고 있는 파란노을입니다.
-파란노을님의 음악에 대해 설명 부탁드립니다. 파란노을님의 음악을 한가지 장르로 정의 할 수 있을까요?
제 음악을 설명하자면, 아마추어리즘이라는 포장을 씌운 쓰레기입니다. 아무리 노이즈로 감춰보아도 제 내면의 연약함이 드러나게 돼요. 그만큼 모든 부분에서 미숙함이 흘러나오는 냄새나는 오물 덩어리입니다.
한 가지 장르로 정의하자면... 그나마 가까운건 슈게이즈 정도? 제가 한때 포스트락을 졸업하고 난 후, 일본과 한국 슈게이즈에 미쳤던 때가 있어서, 그 때의 영향이 지금까지 남아있나 보네요. 1집 때는 슈게이즈 향을 첨가한 포스트락이었고, 2집 때는 슈게이즈에 이모를 합한 근본없는 조합이었고... 만약 3집이 나온다면 지금까지와는 색다른 걸 시도하고 싶어요. 저는 '나중에 사람들이 내 음악을 듣게 될 때 만약 두 음반이 비슷하거나 분위기가 같다면, 백이면 백 둘 중에 더 나은 음반을 듣게 될 텐데 왜 굳이 하나를 더 만들지?'라는 입장입니다. 그래서 혹여나 나중에 슈게이즈를 다시 하게 되더라도, 지금까지의 거친 텍스쳐보다는 조금 부드러운 모습을 보여주고 싶네요.
-최근 발매한 앨범 ‘To See the Next Part of the Dream’은 어떤 음악과 메시지를 담고 있나요? 앨범을 만들 때 특별히 의도했던 부분들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개인적으로 많이 힘들었을 때 만든 앨범이에요.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자세하게 말하지는 않을 거지만, 다른 사람들이 들으면 '겨우 이런걸로 좌절한다고?' 정도의 사건이 있었어요. 하지만 슬픔은 상대적 개념이잖아요, 사회생활이 서투른 제게는 그게 너무나 크게 다가왔어요. 그래서 어떻게든 그 상황을 견뎌보려, 무언가로부터 도피하듯 몇 달간 앨범에만 집중했어요. 지금까지 만들었던 것과는 달리 호불호가 심하게 갈리게 될 건 예상하고 있었어요. 가사도 일부러 직설적으로 쓰고, 믹싱도 조악하게 하고... 근데 이런 요인이 누군가에게는 플러스 요소가 되었다는게 신기하네요.
종종 리뷰를 볼 때면, 앨범 전체가 우울함으로 떡칠되어있다고 생각하는 분도 계시고, 그 한편에서 희망적인 면을 찾은 분도 계세요. 누군가에는 마지막으로 가면서 점점 파멸의 길로 나아가는 화자가 보일 수 있고, 누군가에는 (극복까지는 아니더라도) 그대로 앞을 향해 현실로 나아가는 화자가 보일 수 있어요. 사실 뭐가 정답이라고 하기가 뭐한게, 그게 바로 제가 의도했던 부분이거든요. 사람들의 관점에 따라 앨범의 분위기를 다르게 하기 위해, 일부러 앨범 중반부부터 조금씩 희망적인 가사를 섞었어요. 가사가 직설적이라고 꼭 뜻이 한 개만 있어야 하는 건 아니잖아요.
예를 들자면, 사실 '청춘반란'은 엄청 희망적인 노래에요. 청춘 때의 반란이 아닌, 청춘에 대한 반란이에요. 앞부분과는 다르게 노래 후반부가 너무 밝다고 생각되지 않나요? “찐따무직...” 부분이 여러 커뮤니티에서 문제가 되었는데, 제가 의도했던 바는 “남 눈치보지 말고 니 뜻대로 살라”였어요. 저는 제가 찐따고 백수이고 사회부적응이고 골방에서 혼자 음악을 만드는 외톨이라는 사실에 아무 나쁜 감정 없어요. 오히려 어쩔 때는 자랑스러울 때도 있어요. 모쏠이라고 해서 남의 눈치를 보지 않아요. 부모님이나 남에게 피해만 주지 않으면 되잖아요. 중요한 건 남의 시선이 아니라 내가 나를 어떻게 생각하느냐에요. 그러나 제 의도보다 중요한 건 청자가 어떻게 받아들이냐이죠. 이 부분이 누구에게는 소위 말하는 '인터넷 찐따'들의 주제가로 들릴 수도 있고, 누군가에겐 제가 의도했던 것처럼 들릴 수도 있어요. 마지막 곡 'I Can Feel My Heart Touching You'도 마찬가지에요. '릴리 슈슈의 모든 것' 영화를 본 사람에게는, 이 노래의 메세지를 화자의 극단적 선택으로 생각할 확률이 높을 거에요. 그래도 그 영화의 영향을 받았다고 해서, 꼭 결말까지 같을 필요는 없어요.
뭐가 더 낫고 뭐가 옳은지는 저도 잘 모릅니다. 앨범 속에 숨겨진 뜻이 있다는 건 아니에요, 청자께서는 그냥 처음 듣고 느꼈던 감정을 그대로 따라가면 돼요. 하지만 한 가지 말하고 싶은 게 있다면, 제게는 이 앨범이 일종의 '힐링 프로세스'로 작용했다는 거에요. 앨범 작업이 끝나고 나서 비로소 개인적으로 힘들었던 시간이 지나갔어요.
물론 제가 위에 말한 일련의 설명이 가사가 구리다는 것에 대한 면죄부가 되진 않아요. 저도 제 가사가 오글거리고 혐오스럽다는 건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점을 감안한 상태에서, 만약 앨범을 들을 때 가사를 중점으로 듣고 싶으신 분이 계시다면, 제 음악을 한 편의 영화처럼 생각해주셨으면 해요. 이를테면 밴드캠프에 적은 라이너 노트는 예고편, 그리고 제 음악은 본편처럼요. 그리고 이 영화는 열린 결말이에요. 저는 길을 깔아줄 뿐, 선택은 청자가 하는 거에요. 아니면 아무것도 선택하지 않던가.
(이제보니 라이너 노트 때문에 이 앨범이 말 그대로 부정적인 요소로만 가득한 걸로 알고 계시는 분들이 많은 것 같네요. 그래도 지금 수정하기엔 늦은 것 같고...)
그 밖에 다른 의도한 부분이 있다면, 드럼과 기타 믹싱은 일부러 깨지도록 만들었어요. 아직 귀가 젊어서 그런지, 제 귀가 다른 사람들보다 이상해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높은 고주파의 디스토션이 제게는 카타르시스와 희열감을 느끼게 해요. 그냥 대중성은 고려 하나도 안하고 제 취향만 듬뿍 들어갔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저는 Car Seat Headrest - Twin Fantasy의 2018년 재녹음 버전보다 2011년 로파이 버전을 더 좋게 들었습니다.)
-1인 뮤지션으로 모든 음악 작업을 혼자 하시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어떤 과정으로 작업을 하시는지 궁금합니다.
평소에는 다른 일을 하거나 빈둥빈둥 지내요. 그러다 뭔가 갑자기 머릿속에 떠오르는 멜로디가 생기면, 바로 피아노로 달려가 녹음해요. (집 밖으로 나가는 일이 일주일에 한 번 꼴이라 제 주변에는 언제나 피아노가 있습니다) 그게 구리던 좋던 그냥 생각 안하고 녹음을 먼저 하는 타입이에요. 반대의 경우도 많아요. 음악 욕구가 땡길 때에는, 먼저 피아노에 앉고 뭔가를 계속 쳐요. 그러다 갑자기 좋은 멜로디가 갑툭튀하면 받아적을 때도 있어요. 가끔은 기타를 쳐서 녹음하기도 해요. 그렇게 중3때부터 핸드폰에 쌓여간 녹음파일이 지금은 900개가 넘어가요.
단점이 있다면 대부분 깊은 생각 없이 만들어낸 거라 멜로디나 진행이 거기서 거기에요. 그리고 한 번 피아노를 치다 '멜로디가 은근 괜찮다' 싶으면 무의식적으로 무한반복하게 되고, 그러면 결과물이 쓸데없이 늘어지게 돼요. 실제로 제가 녹음한 900개의 파일 중 지금 들었을 때 쓸만한 건 40개도 채 되지 않습니다.
그나마 장점이 있다면... 진행이 다 거기서 거기이다 보니 한 곡에 작업할 때 뭔가 막힌다 싶으면 다른 비슷한 멜로디를 섞으면 돼요. 그렇게 해서 의도치 않은 결과물이 여러번 생긴 경우도 있습니다.
-인디 뮤지션으로서 가장 힘든 점은 무엇인가요? 또 본인이 생각하는 인디 뮤지션의 장점은 어떤 것 인가요?
아무래도 처음 구상부터 결과물까지 모든 걸 혼자 해야한다는 게 제일 힘들죠. 이건 상상일 뿐이지만, 친구들과 밴드를 만들거나 주변에 음악 동료들이 많다면, 아무리 노래가 구리다 해도 서로 즐기며 음악을 만드는 게 정신건강에도 좋고 아이디어가 고갈될 일도 좀처럼 없을 거에요. 기쁨은 나누면 배가 되고, 슬픔은 나누면 반이 되잖아요.
그렇다 해도 각오와 능력 그리고 '시간'만 있다면, 혼자 만드는 것 만큼 편한 게 없는 것 같아요. 자신이 원하는 사운드를, 아무에게도 간섭받지 않고 조정할 수 있다는 건 엄청난 장점이에요.
바로 이것이 장점이자 단점이 될 수 있습니다. 옆에서 계속 들어주고 피드백을 해 주는 사람이 있다면 모를까, 저 같은 쌩초보 1인 음악가는 결과물을 내기 전에 홀로 폭주한다 해도 아무도 막아줄 사람이 없어요. 실제로 저도 이번 앨범을 만들 때 일부러 음원을 깨지게 만들었어요.
저는 제 음악에 애정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제 자작곡이 일반 청자가 듣기에 구리더라도 제게는 좋게만 들립니다. 혼자서 음악을 만들기에는 그런 요소들을 바로잡기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한국 인디에 관한 의견이 궁금합니다. 본인이 생각하는 한국 인디씬의 장,단점이 있을까요?
사실 저는 한국 인디 공연을 단 한번도 가본 적이 없어요. 그 유명한 홍대 라이브 클럽도 안가봤어요. 라이너 노트에서 적은 제가 영항을 받은 국내 인디 뮤지션도 인터넷으로만 음원을 냈을 뿐, 로컬 인디씬과는 관련이 그다지 없었을 겁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친한 국내 뮤지션들도 몇 없고요. 한국 인디씬에게 저는 외부인이나 다름없어요. 그런 제가 국내 인디에 대해 무언가를 섣불리 말하기가 참 어렵네요.
그래도 굳이 말하자면... 한국이 땅도 좁고 대중문화의 역사도 해외에 비해 짧다 보니, 다른 일본이나 동남아 국가들보다 유난히 음악/음반 시장이 작은 것 같아요. 안그래도 작은 시장 속에서, 소규모 공연만으로 생계를 이어가는 건 무리가 있겠죠. 대중들의 음악 인식도 어느 정도 한정되어있어요. 뭐라 자세히 설명을 못하겠는데... '락'과 '인디'를 들으면 대부분의 머릿속에 고정관념이 박힌 느낌이거든요. 좋게 박힌거라면 상관없는데, 나쁜 인식으로 박힌 사람들에게는 그 때는 문제가 되죠. 위에 말한 이 두 요소가 합쳐지면, 한국에서 음악만으로 먹고살기에는 너무 힘들 것 같아요.
-더 많은 아시아 인디 아티스트들을 세계 음악 시장에서 주목 할거라 생각하시나요? 아니면 다른 생각을 가지고 계시나요?
저는 그 반대로, 인디 아티스트 본인이 세계가 주목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요즘엔 인터넷의 발달로 인해 예전보다 소문이 더 빨리 퍼지게 되니, 홍보 수단이나 방법은 더 쉬워졌을 거에요. 세계가 자신을 주목하기를 가만히 앉아서 기다리기보다는, 비쥬얼이나 굿즈, 혹은 해외 공연 같은걸 적극적으로 내세워서 소규모라도 인기를 끄게 하는 것 같이요. 솔직히 요즘엔 순수하게 음악력 하나만으로 뜨기보다는, 부가적으로 딸려오는 제2의 요인 (외모, 스토리, 유튜브 썸네일 등등)으로 인해 뜨는 경우가 체감상 더 많은 것 같아요. 저 같은 경우도 '변방의 씹덕 아시아인이 방구석에서 꿈을 향해 음악을 만든다'라는 스토리 하나로 해외 힙스터들의 공감을 받아 하이프를 받았다는 비판을 받았습니다. 전혀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어느정도 이해가 됩니다...
그래도 저와 같은 비정상적인 현상 하나로, 서양인과 아시아인이 같은 장르의 음악을 한다고 쳤을 때 '세계가 서양인보다 아시아인을 더 높게 쳐준다'라는 이론을 성립하기에는 아직 너무 성급한 것 같아요. 아직은 세계가 알아주기 위해 더 노력해야 할 때에요.
-파란노을의 다음 활동이 궁금합니다.
제가 다음으로 무슨 활동을 할 지는 저를 포함해서 아무도 모릅니다. 이대로 사회생활로 되돌아가 한 때 비정상적인 컬트적 인기를 얻은 과거의 익명의 뮤지션으로 남을지, 아니면 온갖 부담과 위험 요소를 안고 계속 음악 활동을 이어갈지...
저는 아무것도 선택하지 않아요, 그저 앞으로 나아갈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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