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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chive

Silence Is the New Noise 후기

by Parannoul 2025. 6. 22.

1. 앨범커버

앨범커버는 친척 집 근처에서 찍었습니다

what is your name? 느낌으로 콜라주 기법을 쓰고 싶어서 꼬맹이를 넣었는데 본인으로부터 멋지다는 대답을 받았습니다 🥰

 

 

풀샷

 

 

2. 영향받은 것들 또는 참고하면 좋은 것들

 

Martin Siewert & Martin Brandlmayr - Too Beautiful to Burn

 

제게 EAI의 아름다움을 처음 느끼게 해 준 명반입니다

EAI란 간단히 말하면 컴퓨터를 이리저리 만지작거려서 즉흥 연주를 하는 건데, 악기를 비롯한 여러 물건들로부터 만들어지는 예측 불가능한 다양한 사운드와 소스들을 어떻게 창의적으로 처리하고 호흡을 맞추느냐가 관건입니다

그러나 단점이라면 사운드 질감에 중점을 주다 보니 멜로디나 곡의 구조가 전무한 음악들이 많은데요

이 앨범 수록곡들 중 특히 Source와 Is This Love? 는 텍스쳐와 아름다움을 둘 다 잡아 딱 제 취향에 맞았습니다

가장 영향을 받은 앨범이에요

 

 

Various Artists - Relay: Archive 2007-2008

 

국내 실험음악의 최첨단에 서 계신 최준영 홍철기 류한길 님 외에도 실험 쪽에 이름 꽤나 날리신 전 세계 분들이 참여한 컴필레이션인데요

들을 때마다 이런 소리는 당최 어떻게 내는거지 하고 감탄하게 됩니다

예술로 만든 프로토-ASMR이라고 생각해요

 

 

 

Michael Pisaro / Toshiya Tsunoda - Crosshatches

 

crosshatches, by Michael Pisaro/Toshiya Tsunoda

8 track album

erstwhilerecords.bandcamp.com

때론 사인 웨이브 때론 필드 레코딩 때론 기타가 나와줘서 보통의 전자드론보다 음악적 다이나믹이 크고, 그래서인지 질질 끄는 소리로 가득 참에도 지루하지 않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앨범 작업이 끝나고서야 알게 되었는데, 이걸 먼저 들었다면 앨범이 더 차분해졌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David Sylvian - Manafon

 

Japan과 Rain Tree Crow의 보컬로 유명한 David Sylvian이 나이를 드시고 실험에 꽂혀서 만든 앨범들 중 하나입니다

특이하게도 배경음은 온갖 전위적인 요소들과 불협화음으로 가득 차있는데 보컬은 '어쩌라고' 느낌으로 마치 다른 장소에 있는 것처럼 박자나 키를 무시하고 노래를 부릅니다

그 자유로움에 '역시 음악에 must는 없구나' 하고 감명을 받았어요

 

 

 

Keith Rowe - The Room Extended

 

The Room Extended, by Keith Rowe

4 track album

erstwhilerecords.bandcamp.com

4시간이나 되는 이 앨범을 한 자리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다 듣는 사람은 음악에 대단한 열정을 가졌거나 백수이거나 둘 다일 겁니다

그러나 한 번 정주행 하면 입을 다물 수 없습니다... 긍정적으로든 부정적으로든

빈 공간을 활용하고 그 위에 소리를 쌓는 내공이 어마무시하신데, 그런 저의 마음을 알아준다는 듯이 클래식 음악 샘플이 나올 때마다 좌절감이 경외심으로 바뀝니다

그 의도가 무엇인진 모르겠지만, 40년대 음악을 샘플링했던 The Caretaker과 과거의 유산을 탐험하는 공포게임 Poppy Playtime처럼 Hauntology를 만들려고 한 건 아닐까요?

아무튼 저는 이런 거 못 만듭니다

 

 

 

Koboku Senjû - Selektiv hogst

 

기타 튜바 색소폰 트럼펫 등 여러 악기들의 자기주장에 컴퓨터 소리 한 스푼 얹은 음반입니다

저도 관악기 아무거나 잘 불고 싶어요

 

 

 

Toshimaru Nakamura - No-Input Mixing Board

 

전자즉흥연주를 하는 방식에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요, 그중 하나는 No-Input Mixing Board라고 아무 소리도 넣지 않은 믹싱보드를 요리조리 만져서 소리를 무에서 유로 창조해내는 (정확히는 아니지만) 방식이 있습니다

요렇게요 ↓ ↓ ↓

 

 

 

비슷한 방식으로 샘플러를 활용해서 사인 웨이브를 가지고 노시는 Sachiko M 님도 있습니다만 저는 더 다채로운 Toshimaru Nakamura님을 좋아합니다

 

 

 

Coupie - La Melodioj De La Orientonordo
Ironomi - Niji

 

이 두 앨범은 Mydreamfever 1집 후기에도 나오긴 했습니다만 (https://parannoul.tistory.com/28)

제게 꽤나 영향을 끼쳤기 때문에 앞으로도 계속 나오지 않을까 싶습니다

실험음악의 실 자도 몰랐던 2019년 겨울, 설악산 가족여행 중 새벽에 홀로 깨서 숙소 거실에 앉아 mp3에 저장한 이 앨범을 들었죠

이 때는 잘 알려지지 않은 일본 음악에 빠져있던 터라 안 유명한 앨범들을 잔뜩 다운받고 재밌는 걸 찾는 게 취미였습니다

다른 앰비언트랑은 조금 결이 달랐지만 그래도 양호한, 기타를 활용한 이전 노래들에 잠이 솔솔 오다가--

이상하게도 가장 조용한 이 노래에 잠이 번쩍 깼습니다

구진 마이크로 녹음해서 들리는 화이트노이즈부터 시작해서, 공간감이 느껴지는 마우스 클릭 소리와 거기에 반응해 이리저리 모습을 변형하는 샘플 그리고 여과 없이 들리는 방 밖의 차 소리까지

이걸 노래라고 냈냐... 고 그 당시엔 머리로 그렇게 생각했습니다만, 이상하게도 가슴은 뛰고 있었습니다

마치 미지의 영역을 처음 마주친 원시인 같은 느낌, 가장 느끼기 쉬운 앰비언트는 우리와 평생을 함께 해와서 익숙한 백색소음이라는 이름의 n년짜리 러닝타임의 곡.....

이라고 믿고 싶지만 그때의 찰나의 깨달음은 금방 잊힌 채 아직까지 미스터리로 남고 있습니다

 

 

그리고 Ironomi에게는 피아노 연주법과 컴퓨터로 피아노 소리를 다루는 법을 익혔습니다

제 전작도 그렇고 이번 앨범의 피아노를 들어보시면 나름대로 Ironomi 스타일을 따라 하려고 한 게 보입니다

 

 

 

 

 

3. 진짜 후기

앨범의 전체적인 컨셉은 아주 사소한 것으로부터 시작됐습니다

새벽에 작업하다 노트북 팬 소리가 너무나도 거슬렸는데요

노트북소리.m4a
0.98MB

 

침대에 딱 눕고 그 소리를 듣다 보니 분명 노래를 틀지 않았음에도 정신을 차리니 이미 방 안은 앰비언트로 가득 차 있던 게 아닙니까

거기에 시간대는 딱 5시 반, 밖에서 페이드 인 되는 새 지저귀는 소리가 합쳐지자 거기서 번뜩 생각이 들었죠

어디까지가 무음이고 어디서부터 소음인가, -12db면 무음이고 +12db면 소음인가

무음이 곧 소음이다...............................

그렇게 해서 이 앨범이 만들어졌습니다

첫 곡은 의도적으로 마지막 5분 빼고는 악기를 최대한 배제한 채 노트북 팬 소음 위주로 만들었는데요

위에서 말한 No-Input Mixing Board에 영감을 얻어, 아무것도 없는 장소에 플러그인만을 넣어 신스 소리와 노이즈를 만들었습니다

그럼 이게 곧 무음에서 소음을 만든 게 아닐까요? 아님 말고

대놓고 실험적으로 간 노래이기 때문에 일종의 pleb filter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그에 비해 마지막 두 곡은 피아노 있고 기타 있고 신스 있는 그냥 가장 보통의 곡인데요

그래도 나름대로 통일성 있게 만들려고 노력했습니다

 

아무튼 앰비언트라기에는 너무 동적이고, 포스트락이라기에는 너무 정적이고,

EAI나 드론이라기에는 너무 드라마틱해서 애매한 앨범입니다

그러나 제가 원하는 제 음악이 이런 건데요, 어떤 장르의 기존 문법에 충실한 것보다는 돌연변이를 만들어서 진화 가능성을 만들어주는 게 제 목표입니다. 제 목표는 음악계의 김피탕입니다

나름 시네마틱하게 만들었기 때문에, 들으시면서 혼자만의 유년기를 베이스로 한 영화를 상상해주셨으면 해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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