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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 the Same Light 후기

by Parannoul 2026. 3. 6.

1. 앨범커버

인천공항에서 찍었습니다.
 
 

2. 계기

지난 2월 23일에 공연을 하러 일본에 갔었는데 기내에서 녹음을 하다 잠이 들어버렸습니다. 깨보니 벌써 도착시간이고 핸드폰은 2시간 녹음 중이고... 헌데 전날에 밤을 새워서 그런지 뭔가 꿈은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만 정신이 말끔하고 기분이 좋은 상태였어요.
탁 트인 넓은 공간에서 개미만 한 사람들이 각자의 삶을 살며 북적이는 느낌이 좋아 예전부터 공항을 참 좋아했는데, 공항을 별로 갈 기회가 없어서 그런 감정은 많이 느끼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지난 2년간 3번 정도 일본을 가기 위해 비행기를 타보니 뭔가 생각이 정리되더라고요. '용돈아빠 레전드 지하철 편'에 나오는 그분이 조금은 이해가 됩니다. (물론 전 일부러 공항에 가진 않음...)
 
뭐랄까 그런 북적북적한 낯선 흰색 공간 (흰색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바닥은 반사가 될 정도로 깨끗해야 합니다.)에 전 세계 사람들이 이리저리 왔다 갔다 하는 게 왠지 모르게 감동적이고 가슴이 뭉클하더라고요. 어릴 때 월 E를 재밌게 봐서 그런가... 그래서 안 그래도 소재가 떠오르지 않았는데 녹음 파일을 듣고 그때 느낀 감정들을 앨범에 넣어보자 해서 25일날 귀국하고 지금까지 후딱 만들었습니다.
 
사실 전형적인 앰비언트 드론을 만드는 건 너무 날로 먹는 것 같아서 지금까지 일부러 피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예전에 Celer의 Xiexie를 듣고 꽤 괜찮은 컨셉이라 생각했었는데, 이번에 갑자기 그분이 떠오르면서 제가 느낀 감정들을 표현하려면 지금 이걸 하는 게 맞는 타이밍이겠구나 해서, 또 지금이 아니면 언제 드론을 또 만들겠냐 해서 후딱 만들었습니다.
 
제대로 시도를 해보니 지금까지 했던 장르들 중 손에 꼽기로 까다로웠습니다. 일단 듣는 이가 불편할만한 요소들을 전부 빼야 했기에 헤드폰 이어폰 버즈 이렇게 세 곳에서 테스트를 해야 했어요. 그리고 한 곳에서 특정 부분 주파수가 너무 쏜다! 이러면 바로 그 부분을 EQ질 해야 했고... 그리고 너무 반복적인 건 아무리 장르적으론 허용된다 쳐도 만드는 제가 지루해서 곳곳에 변화를 주려고 했습니다. 그러나 그 변화에 듣는 이가 예민하게 반응하면 안 되었기에 한도 내에서 조절해야 했어요. 그래서 소리를 깎고 깎다 보니 전체적으로 음량이 낮습니다.
아무튼 드론을 그다지 즐겨 듣진 않지만 이번 기회에 시도를 하다 보니 뭔가에 눈을 뜨긴 했네요... 목표를 달성했습니다.
 
 

3. 탑스터

바신스키 행님도 넣을까 했는데 그분은 테이프 전문이라 제 이번작과는 맞지 않는 것 같아 뺐고, 이노 행님과 에펙 행님은 너무 투메라서 다들 알 것 같았습니다. 제임스 페라로 행님의 테이프 음악 시절 음반들도 들어봤지만 워낙 저와는 안 맞더라고요...
밑의 두 분은 밴드캠프로 찾은 분들이신데 정말 좋은 음반들입니다.
사실 제가 아는 드론 아티스트가 별로 없는지라 이렇게만 레퍼런스를 삼았어요. 그리고 적다 보니 GAS - Pop을 까먹었네요... 
 
 

4. 그 외

(여기부터 제 개소리입니다)
 
바신스키 행님의 'The Disintegration Loops'나 Jason Lescalleet의 'The Pilgrim'을 보면 분명 앨범 외적인 맥락에 의해 지금 같은 평가를 받는 거라고 생각하는데, 이런 드론 장르는 사람들이 평가를 어떤 기준으로 내릴지가 궁금합니다. 위에서 언급한 Braeyden Jae 님도 그렇고 밴드캠프에 수많은 드론 아티스트 분들이 계신데, 그분들과 지금 비평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는 드론 아티스트들은 어떤 차이점을 가지고 있을까요?
"좋은 드론은 무엇인가???"
 
어떤 분은 제 앨범을 듣고 라이너 노트들을 구석구석 보고 창작자의 의도처럼 배경음악으로 은은하게 틀어서 방구석에서 기내 혹은 공항에 있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도 있고, 어떤 분은 다 제치고 음악으로만 집중 평가해서 '흠 두 번째 트랙 몇 분 몇 초 사운드가 거슬리는군 흠 여기는 너무 반복되는군' 이렇게 엄격하게 체크할 수도 있어요. 청자를 '오? 여기 독특한데?' 하게 만드는 요소가 있으면 플러스 요소이고, 그게 많아지면 누군가에겐 플러스 플러스 요소이지만 누군가에겐 거슬려서 '집중이 안되잖아!!'가 되어 마이너스 요소가 될 수 있지요. 참 종잡을 수 없는 장르라고 생각합니다. 누구나 만들 수 있지만 고점을 띄우기엔 매우 어려운...
 
앰비언트와 드론은 무언가를 대놓고 표현할 수 없어서 곡 제목이든 앨범커버든 음악 외적인 요소가 다른 것들보다 예민하게 적용되는데 (RYM에서 다작하는 앰비언트 아티스트 페이지를 보면 맛깔난 앨범커버와 눈물 나는 제목이 있는 앨범만 레이팅 수가 높음), 사실 작곡가의 의도보다는 청자가 얼마나 감정이 동요해 스스로 '외부요소'를 창출했는지가 중요하겠지요. 이를테면 돌아가신 할머니가 떠올랐다던가 바다를 떠다니는 느긋한 해파리가 된 듯한 기분을 받았다던가... 그리고 그 외부요소의 트리거인 앨범 커버나 곡 제목이나 앨범이나 컨셉이나 그런 게 다른 장르들보다 더 영향을 주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좋은 드론은 무엇인가에 대한 저의 대답은, 첫 번째로는 '귀에 거슬리지 않을 정도로 흥미가 너무 떨어지지도 너무 올라가지도 않게 유지되되, 듣고 나서 가슴을 움직였던 부분이 기억나야 한다'이고, 두 번째로는 '청자가 얼마나 자신만의 외부요소를 적극적으로 사용해 주관적인 단점을 덮게 만들었나' 입니다만,
여러분은 어떤 기준을 가지고 있는지, 꼭 드론이 아니더라도 어떤 게 좋은 음악인지 자신만의 기준이 있으신 분들은 댓글로 써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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