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앨범커버 (+후보들)

이건 너무 칸예 같아서 제외

이건 너무 공중도둑 같아서 제외

이것도 유력 후보였으나

걍 이걸로 했습니다
안갯속 겨울 산을 오르는 느낌을 표현하고 싶었는데 트윈 픽스처럼 됐네요
파란노을 3집이랑 느낌이 겹쳐서 개인적으로 마음에 안 드는데, 스트리밍에 올라가면 바꿔서 낼 수도 있습니다
2. 계기
소위 말하는 Outsider Music이라는 게 있거든요
정규 교육을 받지 않고 자신만의 스타일로 음악을 만들어 '어린아이' 같은 느낌을 주기도 합니다.
그런 아티스트들에 항상 동경심을 가지고 있었습니다만
아무래도 동경은 이해로부터 가장 먼 감정 아니겠습니까
나도 부러워하지 말고 그들을 이해하기 위해 그들과 같이 되면 재밌지 않겠냐 해서
Arthur Russell을 따라 첼로도 샀고 (물론 그는 정규 교육을 받았습니다. 그럼에도 독창적이어서 매우 존경함)
테이프 연구도 해보고 큰 마음먹고 새 기타도 사고 했습니다
그리고 다짐했던 게 '악보와 코드를 절대로 보지 말자'였습니다.
그러면 뭔가 독창적인 게 나올 줄 알았거든요...
지금까지 지키고 있고 그게 자랑스러운 건 아니지만, 그래도 나름 재밌는 시도들을 많이 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여태까지 작곡을 해온 짬이 있어서 머릿속에 곡 진행이 멋대로 진행되어 '순수하고 어린아이 같은' 결과물은 그다지 나오지 않았네요...
기타 연습 자체는 재작년부터 심심할 때 가끔 했고, 작년에는 휴레믹+MDF 콤보로 매우 바빠서 유기했다가
올해 1월 2일부터 부랴부랴 앨범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원래는 그때까지 녹음했던 자투리들을 모아 사운드 콜라주처럼 1시간을 날먹하려고 했지만 (트랙 ㅇ에 그 잔향이 남아있음)
너무 밴드캠프스럽고 사람들한테 욕먹을까봐 곡을 새로 다 썼습니다...
그리고 또 시도하고 싶었던 건 '뜻이 없는 가사를 쓰자'였습니다.
포크 하면 생각나는 게 가사인데, 다들 그 중요성을 높이 평가하지만 저는 사실 국내든 국외든 크게 와닿지 않거든요...
그러다 Daisuke Tobari의 웅얼거림과 Sigur Ros의 희망어를 떠올리고 이 세상에 안될 거 없구나 해서
저도 희망어를 썼습니다.
절대 가사를 쓰기 귀찮아서가 아닙니다.
3. 탑스터

이 앨범의 75%는 Daisuke Tobari의 영향을 받았습니다.
Jim O Rourke가 John Fahey의 정신적 제자였듯이 제게는 그가 정신적 스승입니다.
하지만 그의 스타일을 따라 하려고 해 봐도 제 저주받은 손이 따라가지 못하기에 자연스레 그와는 다른 스타일의 곡들이 나오게 됐네요... 이런 의도치 않은 제한도 인정하고 잘 써먹어야 언젠가 1류가 되는 법.
Cameron Picton의 솔로 앨범에도 영향을 받아 트랙리스트 나누지 말고 1시간짜리로 내려고 했지만, 사람들에게 너무 불친절해서 결국 나눴습니다.
Microphones / Mount Eerie는 당연하고요
셋째 줄은 테이브 질감에 영향을 받은 것들입니다. 앞 둘은 훌륭한 앰비언트 포크고, His Name Is Alive와 밴드의 리더 Warn Defever의 프로젝트들을 요즘 흥미롭게 듣고 있습니다. 밴드에 얽힌 이야기도 재밌어요, 4AD에 남녀 둘이서 지하실에 녹음한 테이프를 받아줄 때까지 계속 보냈다고 합니다.
Zodiacs on the Wing은 Daisuke Tobari의 곡을 커버하셔서 알게 됐는데, 두 앨범 모두 매우 좋습니다. 08년생이 이런 음악력을 가지고 있다니...
Kengo Iuchi는 윗 아티스트 덕분에 알게 된 일본의 Jandek이라 할 수 있는 사람이에요. 노래가 그냥 기타 뚱가뚱가 치고 다 죽어가는 할머니 할아버지같이 계속 소리를 지르고 가끔 드럼이나 색소폰 삐리리리 나오는 음악인데, 결국 음악은 뭐니뭐니해도 분위기와 스토리텔링이 전부입니다. '4년 동안 앨범 8개 내고 그 후 아예 종적을 감춘 아웃사이더 아티스트'라는 스토리는 아무도 따라 하지 못하거든요.
Sigur Ros는 희망어 전형으로 한 개 넣으려고 하다가 저 앨범을 골랐습니다. 거의 라헤 1집 같은 흑역사 취급을 받는데, 나름 그들의 몇 안 되는 음산한 모습을 볼 수 있는 재밌는 앨범입니다. 앰비언트 시규어 로스보다 훨씬 좋습니다.
3. 그 외
위에서도 말했듯이 그냥 1시간짜리 노래로 내려다가 개별 트랙으로 바꿨는데, 그 과정에서 딱 14 트랙이 나와 한글 자음으로 해봤습니다. 절대 트랙 이름을 짓기 귀찮아서가 아닙니다.
들을 때는 1~9 트랙은 산을 오르는 감각으로, 10 트랙은 산 정상에서 만세 하는 감각으로, 11~14는 하산하는 감각으로 들어주시면 창작자가 의도했던 방향이 되겠습니다. 그리고 의도적으로 한 쪽으로 패닝된 요소들이 많아 스테레오로 들어주세요.
이번에는 약 10+α일 동안 정말로 하고 싶었던 걸 진짜로 한 거라 즐겨주지 않으셔도 괜찮습니다.
다음에 또 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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